"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라는 건가요"…한남동 '곡소리' [현장+]

입력 2023-10-13 07:23   수정 2023-10-13 08:57


"근처엔 집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라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이사 기간이 남았다지만 솔직히 막막하네요."(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에 거주하는 시민)

서울 강북 지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최대어인 '한남3구역'에서 이주가 시작됐다. 1만여가구에 달하는 가구가 채비에 나서면서 주변 전·월세 시장에선 벌써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남3구역 일대 임대차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용산구청의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한남3구역은 지난 5일부터 이주를 시작했다. 한남3구역에서 이주에 나서는 가구는 약 1만여가구다. 이주 기간은 내년 5월까지 지만 이미 일대 전·월세 시장은 초긴장 상태다. 통상 재개발 정비사업을 하면 기존 주택은 철거하고 새로 짓는다. 때문에 이 지역에 살던 집주인이나 세입자는 다른 곳으로 이사해 살아야 한다.

먼저 인근 한남4구역이나 5구역으로 이동하려는 세입자들이 많다. 거리가 멀지 않고 전·월세가격도 크게 차이가 없어서다. 문제는 전·월세 물건이 없다는 점이다.

보광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애초에 한남4구역이나 5구역에도 전·월세 물량이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 "한남3구역과 비슷한 조건으로 나오는 전·월세 물건은 나오는 족족 계약이 맺어지고 있다. 찾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비슷한 조건에선 집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을 높이지 않으면 집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보광동 일대가 아닌 용산구 내 다른 동이나 아예 다른 구로 넘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아직 가격은 크게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다.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방 2개 빌라(다세대·연립) 기준 전세는 2억5000만~2억8000만원, 월세는 보증금 1000만~2000만원에 65만~80만원 선이다.

보광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아직 보광동 내에선 전셋값이나 월세가 오르진 않고 있다"면서 "당장 월세 수십만원, 전세 수천만원을 올린다고 하면 낼 수 있는 세입자도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한남3구역 일대가 아닌 주변의 중구, 성동구 등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세입자의 주거비 상승은 불가피하다. 후암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한남3구역에서 후암동 일대로 집을 알아보는 세입자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보광동보다는 전세나 월세가 높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격 상승은 대비하고 이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전·월세난이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보광동에 있는 E 공인 중개 관계자는 "향후 전·월세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이주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일대에 집이 모자라 세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집을 찾는 게 어려워지지 않겠나"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1만가구가 이주에 나서면 일대 전·월세 시장이 당분간 불안정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용산구 내에서는 물론 인근에 있는 중구나 성동구 등 빌라 밀집 지역으로 수요가 퍼져나갈 것"이라면서 "1만가구가 한 번에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니라고 해도 가구 수가 많기 때문에 임대차 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는 가격에 큰 변동이 없더라도 결국 전체적인 공급이 줄어들고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일대 전·월세 시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남뉴타운은 서울 용산구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 일대 약 111만㎡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업비가 7조원을 넘어선다.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됐고, 5개 구역 가운데 해제된 1구역을 제외한 4개 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3구역은 지하 6층~지상 22층 높이의 아파트로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사업 시행계획인가 후 약 4년 3개월 만인 올해 6월 관리처분인가가 나면서 4개 구역 중에 재개발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이주를 마치게 되면 철거가 진행되고 일반분양이 이뤄진다.

시공사는 현대건설로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달고 새 아파트로 바뀌게 된다. 임대주택은 876가구,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 59㎡로 831가구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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